과학 기술의 발달과 경제적 번영에 따라 인문학이 설 자리가 좁아지는 중이다. 과학기술은 점점 더 우리 삶을 편하게 만들고 무언가 빠르게 변화시킨다. 경제발달로 인간소외가 야기됨에 따라 우리 삶은 오히려 더 팍팍해졌다. 공동체 문화는 점점 더 가늘어지고, 인문과 관련된 주제는 사람들의 관심사 밖이다. 위기가 기회라고 하지만 점차 소외되는 인문학의 줄기는 무성해질 기척이 없다.
인문학은 우리 삶 그 자체다. 먹고 자고 놀고, 희노애락을 느끼는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인간은 인간됨을 배워간다. 그런데 주변 상황(경제적 풍요, 기술 발달)은 더 나아지는데 정작 자신은 그대로인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을 경험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그렇다. 과학기술 발달과 경제적 번영이 우리가 우리 삶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 것인지, 아니면 과학 기술의 발달과 경제적 번영에 가려져 인문학의 영향력이 작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
전자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경제적 번영 때문에 인문학을 등한시하게 된다는 말이고, 후자는 과학기술과 경제적 번영이 급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문학이 가려졌을 뿐 영향력은 그대로라는 말이다.
인문학이 없었다면 과학기술 발달과 경제적 부흥이 가능했을지 생각해 보면 무언가 좀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인문학이 지금의 고도화된 사회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발전의 결정적이고 근원적인 역할을 한 인문학이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섭섭하지 않은가? 아니,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과학기술의 발달과 경제적 번영은 인문학과 양립하는 게 아니라 공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인문학을 소외시킨 적이 없다. 단지 고도화된 사회의 시선이 그렇게 느끼게 만들었을 뿐이다.
다만 걱정되는 건 책을 멀리하게 되는 현상이다. 우리가 우리 삶을 깊게 바라볼 수 있으려면 책이라는 도구가 필수적이다. 이야기하고 기록한 결과물인 책으로 우리는 사유하는 힘을 갖게 되었고, 지금의 발달된 문명을 누리게 되었다. 과학도 인문학의 논증 없이는 진보할 수 없기에 또 인문학도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더 큰 역할을 지게됨을 잊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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