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악의 평범성에 대한 이해

철학 그리고 일상

by beatopdog 2025. 6. 25. 15:32

본문

반응형

악이 평범할 수 있다는 말, 나도 처음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악은 선의 반대말이자 나쁘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 악이 평범하다는 말을 어떤식으로 이해해야 할까? 아는만큼 보인다고 이 말을 처음 듣는 분들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

 

자 그럼 악의 평범성이 나오게 된 배경부터 살펴보자. 나치 독일 시절 수백만명의 유대인 학살에 결정적 역할을 한 아돌프 아이히만은 공개 재판을 받는다. 이 재판 과정에 참관한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우리 주변에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어떻게 이렇게 평범한 사람이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벌일 수 있는가를 곰곰히 생각하다 나오게 된 개념이 바로 악의 평범성이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어떤 시스템 하에 놓이게 되면 그 체계에 따를 수 밖에 없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그 일이 후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 어떤 양심의 흔들림 없이' 그 일을 수행한다. 유대인 학살의 실무 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의 죄는 나치라는 전체주의적 활동에 적극 가담한 것이다. 아이히만이 재판에서 밝힌 입장은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며'그래서 죄책감은 없다'였다.

 

이를 본 한나 아렌트는 '시스템 하에서 개인의 양심은 아무런 힘이 없다'며 악이 평범할 수 있다는 개념을 제시한다. 마치 회사내 상사의 지시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행할 수 밖에 없는 현실판 악의 평범성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악의 평범성은 우리가 행하는 수 많은 일들을 무비판적으로, 아무런 의심 없이, 도덕적 윤리적 고려 없이 받아들일 때 벌어진다. 이는 현실과 타협하느냐, 아니면 스스로 깨어나 그 현실을 깨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연 현실에서 후자의 사람이 몇이나 될까? 조금 씁쓸하지만 사회의 부조리와 전체시스템과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계란으로 바위치기일지라도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악이 평범하다고 해서 죄가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은 아이히만이 벌을 받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도 언제든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조금 더 용기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바람을 거스르는 건 누구에게나 어렵다. 하지만 결국 이것도 스치는 바람일 뿐이다. 바람 좀 맞는다고 죽지 않는다. 아니, 죽음을 각오하더라도 용기내보자.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